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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지나간 순간을 곧잘 기억해내곤 한다. 그것이 아프고 힘든 추억일수록 더욱 가슴에 선명하게 찍혀있기 마련이다. 비록 평소에는 삶의 무게로 인해 지난 기억을 문풍지 바르듯 겹겹이 덮어두지만, 어느 순간 시발점이 되는 심지에 불이 지펴지면 그 기억은 우리 마음 속에서 제멋대로 폭발해 지난 흉터에 다시 또 벌건 상처를 내고 지나간다.
이 작품은 1985년 연재를 시작하여 1987년 작품집으로 묶어낸 이동하 작가의「폭력 연구」에 수록된 소설이다. 이리역 열차폭발사고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은 화물열차의 호송 업무를 맡고 있는 주인공 `그`의 의식의 흐름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상 문학상 심사평에서 김동리가 자신이 예술주의자라면 이 작품 외엔 어느 작품도 눈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김윤식이 `김승옥 이래 상당한 수준의 문체`라고 극찬한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소설 전반에 나타나는 묘사와 문체는 가히 그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반부 화물열차를 `한 마리 거대한 갑충`으로 묘사한 부분에서는 기괴한 모습으로 무섭게 포효하는 현대 문명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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